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 95세로 선종했다고 교황청이 발표했다.
선종이란 임종 때에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을 말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선종
마태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전 9시 34분에 바티칸에서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 알린다."라고 밝혔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지난 28일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매우 아프다"며 신자들에게 기도를 호소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이틀간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해 선종하셨다.
교황청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 사진을 그의 선종 하루 뒤인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교황청 공보실이 공개한 사진은 베네딕토 16세가 머리에 모관을 쓰고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고 관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포개진 두 손에는 묵주가 들렸고, 시신 뒤편에는 십자가와 촛불,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어 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의 상징인 팔리움을 착용하지 않았다.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위해 두르는 복장이다.
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로, 양쪽 끝은 가슴과 등으로 내려오게 돼 있다.
은퇴한 대주교는 팔리움을 입지 않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건강상의 이유로 2013년 교황직에 자진 사임했기에 팔리움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이해된다.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쇄약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명예 교황' 호칭을 받아 교황 시절 이름을 그대로 쓰고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다.
장례는 유언에 따라 간소하게 진행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생전 뜻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고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오는 2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일후 사흘간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장례 미사는 5일로, 프란체스코 교황이 직접 주례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독일 출신으로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신학자로서 가톨릭 신앙의 정통성을 지켜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 된 것도 앞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힘이 컸다.
라칭거 추기경은 2002년 만 75세가 됐을 때 은퇴를 희망했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더 늙은 나에게 너무 필요한 존재이기에 안 된다."며 오히려 라칭거 추기경을 회의 대표로 임명했다.
요한 바로오 2세의 선종 이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라칭거 추기경이 3분의 2를 득표할 수 있었던 데는 추기경 회의 대표라는 자리가 크게 작용했다.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오른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나이가 78세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의 최고령 교황이자,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으로 주목받았다.
베네딕토 16세는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서 세속주의에 맞서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를 지키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가톨릭교회를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반발을 낳았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을 내려놓고서 스스로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후임 교황에게 무조건 순명하겠다고 언약한 바 있다.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독일 뮌스터대에 교수로 발령받아 교회 쇄신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을 때 수강생 중 한 명이 김수환 학생신부였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미사 때 추기경단 대표로 순명 서약을 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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